창간호를 열며

어른이 된다는 것에 대해서 골몰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또는 어른이라는 단어의 의미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보신 적은요? ‘진정한 어른’이라는 것은 대체 무엇인지, 또는 ‘진정한 어른'이라는 것이 아예 허상은 아닌지에 대한 의문은 아마 제가 성인이 지난 뒤에 미처 자라지 못한 마음과 시간의 간극에서 느낀 혼란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껏 몸과 마음이 자라나는 동안 귀감이 되지 못하는 어른들을 많이 보아 왔기에, 저도 모르는 사이 좋은 어른이 되고자 하는 마음은 일종의 삶의 지표로서 꾸물꾸물 자라나고 있었습니다. 사실 그건 좋은 어른이라기 보다는 좋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마음에 더 가깝다는 것을 최근에서야 깨달았기도 하고요.

경험치가 쌓였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삶은 불명확한 것들로 가득 차 있고, 오히려 알면 알수록 더더욱 모르겠는 세상에서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고민은 서로 나눌수록 더 마음속에서 분해하고 흡수하기 좋게 변화한다는 사실입니다. A Piece of Cake라는 잡지를 만들게 된 이유는, 정말이지 쉬운 것 하나 없는 세상에서 소화하기 어려운 고민을 그저 홀로 끌어안고 잠식되기보다는 참여진 각자의 필치로 한 주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며 어떤 식으로 소화를 할 수 있는지 모색하기 위해서입니다. 이 이야기 조각들을 통해 어떤 시기에 가질 수 있는 고민의 모양, 질감, 그리고 무게감을 충분히 관찰해볼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되면 좋겠습니다.
– 모호(편집인)